예비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2011년도 인천 합격 수기
중앙대학교 영어교육과 김수진
1월 26일 아침,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합격이다, 합격이다’를 되뇐 다음에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클릭을 했다.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글자가 뜨는 순간 컴퓨터 모니터를 부여잡고 엉엉 울다가 화면을 캡쳐해서 저장해두고 나니 슬슬 웃음이 난다. 고생스러웠던 2년이 순식간에 아득해지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지금 노량진 어딘가에서 이 글을 읽으면서 우울함의 끝을 달리고 있는 예비선생님들 모두에게 크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그 순간도 곧 지나갈 것이고 지나가고 나면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자존감 따위는 오래전에 버리고 우울함의 바닥을 치면서 좀비마냥 노량진 길을 걸었었다고, 그래도 지나가고나니 웃게 되더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이 지루하고 남루하고 비루한 고시 생활은 빨리 끝낼수록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득이기에, 재작년의 패인과 작년의 승인을 비교해서 나는 이렇게 했다라고 써보려 한다. 하지만, 나는 ‘졸업과 동시에 합격! 임고? 쉬워!’ 이런 유형이 아니니 어디까지나 참고로 하라는 당부도 함께 한다.
1. 시작하기-나 자신을 알라!
작년에 내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나 자신을 파악했던 것이다. 여기서 나 자신이라 함은 나의 공부방식이나 성격 뿐 만 아니라 나의 주거지, 재정 상황 등 공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말한다. 이렇게 나에 대해서 견적을 쭉 내보고 최적의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 작년과 재작년의 첫 번째 차이점이다. 재작년에는 모든 공부 스케줄을 노량진 학원가의 강의 스케줄에 맞췄고, 말 그대로 학원의 강의만 따라갔다. 그러다보니 강의에 압도당해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은 거의 없었고 합격이 아니라 학원에 출석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처럼 그냥 노량진과 집을 왔다 갔다 했다. 결과는 불합격으로 이어졌고, 하라는 거 다 들었는데 왜 불합격이냐고 징징거리며 허송세월하다가 겨울이 다 지나가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봄이 또 오고 있음을 느끼며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우선 나의 패인을 분석했다. 백지 한 장 펴놓고 임용고사에서 평가하는 항목들의 제목을 쓰고 옆에는 내가 더 공부해야 할 부분을 썼다. 예를 들면, 교육학-총체적 난국, 정리 하나도 안 되어 있음, 영어교육론-키워드 중심의 표면적이고 단순한 내용만 알고 있음 등등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해보려고 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그 부분을 공부할 것 인지를-예를 들면, 누구의 어떤 강의를 듣는다, 어떤 책을 본다, 맵핑을 한다 등등-영역별로 찾으려 했다. 문제풀이에 들어가는 7월 전에 기본 이론의 빈틈 메우기를 끝내려고 먹었고, 그러다보니 매달, 매주, 매일 끝내야 할 분량도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독서실에 앉으면서 포스트잇에 오늘 할 분량을 적어 책상 앞에 붙이고 끝내면 빨간 줄을 그어 지워나갔다. 더불어, 오전 강의만 듣고 나면 지쳐버리는 저질 체력이었기에 집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했고, 독서실은 학원과 밥집 근처로 등록했다. 최대한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하다 보니 동선이 단순해졌고 덩달아 생활도 단순해졌다. 또 미드는 자막 없이 보기, 지하철에서는 타임지 읽기 등 소소한 다짐들도 적고 지키려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가진 하루짜리 고민의 시간이 나에게는 합격이라는 큰 차이를 가져다주었다.
2. 교육학
솔직히 교육학에 대해서는 말을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니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맥락에서 참고하길 바란다. 재작년에 교육학 기본강의(보통 1,2월에 하는 강의)를 인터넷 강의로 들었고 2개월짜리 강의를 1, 2, 3, 4, 5, 6월에 걸쳐 들으면서 더 이상 게으를 수 없다 싶을 만큼 게으름을 부렸다. 그리고 7월이 되자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문제풀이에 들어갔고 점수는 반타작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해 실제 시험에서도 교육학 점수는 참담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내용을 알고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직강을 꾸준히 들었고 어찌되었든 전반적인 내용과 기출문제풀이, 예상문제 풀이를 듣긴 들었다. 하지만 8월이 돼서도 교육학의 흐름은 잡히지 않고 단어 단위로 따로 떨어져서 놀았으며 당연히 점수도 엉망이었다. 그제야 아차 싶어 나 스스로 구조화를 하려고 했다. 나는 김*선생님의 교육학 강의를 들었는데 이 분은 9, 10월에 모의고사를 하시면서 강의 시작 전 한시간정도 교육학 각 영역의 중요한 내용을 다시 훑는 특강을 하신다. 이때 쓰는 얇은 요약본 책이 있는데, 나는 이 책에 기본서의 내용을 요약해서 옮겨 쓰는 식으로 맵핑을 해나갔다. 나처럼 아예 백지에서는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방식이다. 나는 이 작업을 8월에야 시작해서 시험 전에 모든 영역을 커버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우선 출제빈도가 높은 영역부터 해 나갔다. 기본서, 맵핑, 기출, 모의고사의 순서로 다시 하니까 조금씩 점수가 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시험 전 까지 맵핑을 마치지 못했고 작년 시험에서도 부끄러운 점수를 받았다. 그래서 말할 거리도 전해 줄 요령도 없다시피 하지만, 학원 강의만 듣지 말고 스스로 구조화하고 내재화하는 과정이 교육학 점수를 올리는데 필수적인 과정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3. 1차, 합격의 토대다지기
임용 1차의 전공이 객관식으로 출제되기에 논술형인 2차나 시연과 면접인 3차보다 쉽다, 잘 찍으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1차 준비에서 중요한건 찍기 실력도 아니고 운발도 아니다. 2차와 3차를 위한 기본 실력을 쌓는 과정이기도 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고 탄탄한 지식을 갖춰야한다. 재작년에 학원 강의만 쫓아다니다 실패한 경험을 곱씹으며 작년에는 필요한 강의를 선택적으로 들었다. 강의는 박**선생님의 영어교육론 기본 강의와 남**선생님의 영어학기본강의를 들었다. 또 영어학이 많이 약했기에 Syntax&Argumentation 강독강의도 한 번 더 들었다. Linguistics for non-linguists는 재작년에 전반적인 내용을 훑었기에 연습문제만 다시 풀고 답을 확인해봤다. 또 영어학은 나의 취약 영역이다 보니 한 주에 한 두 주제 정도는 2차대비로 써보았다. 그러면서 Teacher's grammar는 해당 부분을 발췌독했고 학부 때 봤던 음성학이나 전공 문법책, 고등학교 문법책등도 참고로 했다. 영어교육론은 맵핑을 다시 했다. 박**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해당 주제를 시작으로 책을 펴지 않고 맵핑을 하고 난 다음에 학원교재와 TBP, PLLT, Apple book을 보면서 확인하고 세부내용을 읽어나갔다. 원서들을 읽을 때 그냥 독서하듯이 슬슬 책장을 넘기면 보긴 본 것 같은 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나도 재작년에 뭔가 쭉 읽긴 한 것 같은데 작년에 다시 보니 기억이 흐릿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큰 주제를 적고 스스로 맵핑한 다음 교재와 원서를 보며 확인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체계를 세우고 적어 나갔다. 이 방식은 2차 때 쓸 키워드들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도 효과적이었다. 7월쯤 돼서 TPLT을 읽으며 영어교육의 방법론들을 한 번 더 확인했고 문제풀이에 들어가고 난 다음부터는 원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맵핑을 반복해서 보았다. 듣기도 미리미리 하기를 권한다. 임용고사의 듣기만을 다루는 문제집이 시중에는 없으므로 나는 아쉬운 대로 텝스의 PART3와 PART4를 들었다. 이론 부분 없이 듣기 모의고사만 모아놓은 시중의 문제집을 택해서 풀되 너무 많은 시간을 듣기에 할애 하지는 않았다. 일반영어와 문학은 따로 기본 이론 공부를 하지 않았다. 7월까지는 원서 읽기와 신문과 소설책 읽기를 통해 감을 유지하고 기출문제를 corpus분석해서 만들어놓은 어휘책의 단어들을 외웠다.
7월이 되고 본격적으로 문제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기출문제들을 한 번 풀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 이론을 정리하면서 띄엄띄엄이라도 풀어본 문제들이기에 쉽게 맞추리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틀리는 문제들이 나온다. 틀린 부분은 다시 기본서를 읽고 빈자리를 메운 다음 문제풀이에 들어가야 자신감을 가지고 모의고사를 칠 수 있다. 문제풀이가 시작되면 꼭,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오답노트이다. 모의고사에서 하나 더 맞았다고 혹은 하나 더 틀렸다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모의고사 점수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철저히 진단용으로 활용해야한다. 확실히 맞았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반 쯤 알고 선택지들 간의 관계를 파악해서 맞았으면 다시 확인해야하며, 찍어서 맞추거나 틀렸을 경우 그 부분은 씹어 먹어버릴 기세로 다시 확인해야한다. 나는 복사집에 가서 시험지를 축소 복사한 다음 500원 짜리 노트에 틀린 문제를 잘라 붙이고 다시 풀어보며 스스로 문제를 분석했다.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은 한글 해석을 해서 적고 공책의 제일 밑에는 모르는 단어들을 적었으며 일반영어의 경우 글의 구조도 분석했다. 답이 아닌 것은 왜 아닌지, 어떻게 하면 답인지도 고쳐 보았으며 내용이 부족해서 틀렸을 경우 문제 옆에 기본서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과 비교해서 확인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여러 팀들의 문제를 풀 시간이 없어서 한 팀의 문제만 풀었고, 널을 뛰던 모의고사 점수도 후반기로 갈수록 안정을 잡아갔다.
가을도 끝나간다는 느낌이 들면 이제 시험이 정말 눈앞에 와있을 것이다. 고심 끝에 지역도 정했을 것이고 경쟁률도 나왔을 것이며 고사장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집이 서울인데 시험은 인천으로 봤기에 길도 파악하고 마음의 준비도 할 겸 미리 한 번 고사장 입구까지 다녀왔다. 시험 3일 전 부터는 기출문제를 시험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이 시간 재놓고 풀어봤고, 더 이상 무언가를 많이 보려고 하기보다 이미 정리해놓은 오답노트와 맵핑만 봤다. 시험 바로 전 날은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9시 경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다음 날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리고 시험은 점심 전에 끝나지만, 아침만 먹고 버티기에는 배가 많이 고프다. 평소에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조금 준비해서 교육학이 끝나고 있는 쉬는 시간에 먹어둬야 시험 중간에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특히 여성분들은 고사장에 도착하거든 화장실의 위치도 꼭 확인해서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화장실로 전력질주하기를 권한다. 응시생들 중에 여성들이 많다 보니 늦게 가면 쉬는 시간 내내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빨리 다녀와서 간식을 먹고 다음 시간 준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마음 편하다. 시험을 끝내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나면 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답안이 올라와 있을 것이다. 크게 심호흡하고 한 번 채점해보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4. 2차, 문장력보다 중요한 건 내용
1차가 끝나고, 답안이 뜨고, 가채점 결과들이 속속 올라오면서, 학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다음 까페에서 하는 응시생들의 점수투표를 바탕으로 가상 컷이 나오기 시작한다. 더불어 1차 문제에 대한 얘기들, 한탄글, 위로글, 2차 준비법들 등 한바탕 폭풍이 게시판에 몰아친다. 2차 준비의 첫 단계는 이 폭풍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사실, 이 폭풍에 합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들이 예상하는 컷보다 좀 넉넉한 1차 점수를 받는 것이 만고 편하다.) 답안이 뜨는 당일에는 아무래도 자신이 생각하기에 합격권이다 싶은 사람들이 점수를 공개하므로 하루나 이틀 후에 확인해보는 것을 권한다. 확인 후, 점수가 안정권이다 싶은 사람들은 이제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달려야하고, 컷 근처인 사람들도 일단 달리고, 아예 컷이랑 멀다 싶은 사람들도 하고보자. 해마다 1차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자기가 가상 컷의 근처여서 떨어지리라 예상하고 2차 준비 하나도 안했는데 1차 붙었다, 어쩌면 좋냐 는 요지의 글이 꼭 올라온다. 이런 상황도 방지하고 내년의 합격을 위해서라도 2차 준비는 하는 편이 낫다. 아예 1차 채점을 하지 않고 2차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답안이 뜨자마자 채점하고 점수투표도 해버렸다. 하지만 재작년에는 가상 컷의 근처였고, 실제로도 소수점차이로 떨어지는 점수였기에 2차 준비 내내 불안해하면서 까페를 들락거렸고 정작 2차 준비에는 소홀했었다. 재작년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가상 컷을 확인해보고 그 뒤 최종합격자발표가 나는 날까지 한 번도 까페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얘기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된 마음으로 2차와 3차를 준비에만 매진 할 수 있었다.
2차를 위해 매진 할 마음의 채비를 했다면, 한 달 만에 2차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에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차분히 하자. 1차와 2차는 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겨울의 칼바람과 봄의 꽃바람과 여름의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전공 지식을 쌓았고, 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당신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채점관들에게 글로 보여 주느냐만 고민하면 된다. 내가 택했던 방법은 기본 내용 확인하기와 많이 읽고 많이 쓰기였다. 영어학과 영어교육론에서 다루는 내용들의 제목을 쭉 쓰고 키워드들과 내용들이 떠오르는지 영역별로 확인하면서 나의 기본 지식에 구멍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메워나갔다.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으면 다시 원서의 해당 부분을 찾아봤는데, 이때는 1차 때처럼 내용만 확인 할 것이 아니라 표현의 고리를 확인해야한다. 이 질문에는 이 표현을 써서 대답해야지 하는 키워드들의 고리를 만들어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면, vocabulary teaching-in context, meaningful, natural language use, authentic, corpus-based dictionary, intake, long-term retainment, collocation, chunk, frequency, later production...... 등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풀어써서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기보다 그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써서 최대한 simple&clear하게 쓰면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기본 내용 메우기와 동시에 해야 할 것이 써보기라고 본다. 나의 경우에는 2차도 노량진에서 직강을 들었는데 여러 강의 중에 문제를 제일 많이 주고 스터디 그룹을 짜주는 강의를 택했다. 그래서 학원에 안 가는 날 오전에 아직 수업을 듣지 않은 문제를 미리 한 세트씩 시간을 재 놓고 썼다. 그 다음에 참고자료와 원서들의 해당 부분을 발췌해서 읽으며 내가 어디서 막히는지와 문제에서 묻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스터디원들의 답을 읽으며 서로 peer editing을 해주고 제일 마지막에 강의를 듣고 정리하고 확인한 다음 마지막으로 다시 써보는 방식으로 2차 준비를 했다. 욕심 같아서는 노량진에 풀리는 모든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으나, 한 세트를 소화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어서 결국 다른 팀들 문제는 풀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중에 점수를 확인해보니 2차 점수가 나를 살렸더라. 이렇듯 1차와 2차에서는 많은 양의 다양한 모의고사 문제를 대충 푸는 것보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관련 내용을 되새기며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도움이 되었다. 또 2차부터는 교수님께서 2차 대비를 위한 수업과 모의고사를 실시하신다. 나는 교수님께서 하시는 수업에는 실제 시험을 본다는 기분으로 답안을 쓰고 피드백을 받았다. 학원의 형식과는 다른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고 주옥같은 피드백도 받을 수 있기에 2차부터는 꼭 학교에서 교수님들과 함께하기를 추천한다. 하나 더 말하자면, 화려하고 어려운 문장을 써야 점수를 잘 받는다는 압박감 또한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내용과 키워드를 썼다면 수준 높은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더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인트를 놓치고 내용도 엇나갔다면, 아무리 수준 높은 문장을 구사한들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고 본다. 한 달 안에 갑자기 문장력이 확 늘기는 힘들어도 알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어렵게 쓰려다보면 아무래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안전하고 명확하며 채점자가 읽고 채점하기 편하게 쓰는 것이 임용2차에서 요구하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영어구사력에 너무 큰 부담을 가지는 태도나 쓰기를 기초부터 고급까지 다시 하겠다는 계획은 지양하는 편이 낫다.
1차 때처럼 2차 시험 전 날과 전전 날도 시간을 정해두고 기출문제를 풀어보기를 권한다. 시험 당일에도 1차와 같은 방식으로 준비를 하되, 2차에서는 1차 때 보다 100배쯤 문제를 꼼꼼히 파악한다는 기분으로 읽어야 한다. 디렉션을 절대 놓치지 않는 다는 자세로 써야 할 내용에 번호를 매긴 다음 최대한 문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쓰고 나와야한다. 한 문제, 한 문제의 배점이 큰 만큼 두 눈 부릅뜨고 제시문과 문제를 자세히 읽어야한다. 더불어 2차는 답안 수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키워드 중심의 개요를 구상지에 작성해본 다음 답안지에 옮겨 쓰고, 제출 전에 proof reading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이 하기를 추천한다. 잘 알고 있는 사소한 문법 오류 때문에 피 같은 점수가 날아가면 눈물 난다. 그리고 1차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을 여러 자루 챙겨 가듯이 자신의 손에 익은 검은 펜을 같은 종류로 2자루 이상 챙겨가야 혹시나 모를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수정 할 때는 두 줄을 그어 깔끔하게 해야 하는데, 많은 부분에 줄을 그어야 할 경우 감독관에게 30cm자가 비치되어 있었다.
5. 3차, 끝이 보인다!
12월이 되면 노량진은 한가해진다. 일단 시험이 끝나면서 노량진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3차는 면접과 시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1차와 2차 때보다는 열을 덜 올리는 경향이 있기도 한 것 같다. 하지만 영어과는 3차 준비 기간이 되면 이제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만큼 치열해진다. 외국어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다들 연습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 유료 스터디룸과 학원에서 제공하는 스터디룸에 가보면 죄 영어과 스터디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만 있던 사람들이 맞나싶게 유창하고 능숙하고 기발한 수업을 한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차분히 평정심을 갖는 것이 첫 단계이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스터디를 조직하는 것이다. 1차나 2차에서는 성향에 따라 혼자 하는 공부가 효율적이었을 수 도 있다. 하지만 3차의 꽃은 스터디라는 말이 나올 만큼 3차에서는 스터디를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스터디원은 3명 정도가 좋은데, 스터디원이 너무 많아지면 내가 수업을 해보는 시간보다 남의 수업을 듣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므로 3명 정도가 한 시간에 걸쳐 한 번 씩 시연을 해보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수라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인 방법을 동원하거나 과사무실에 부탁드려서 고정적으로 쓸 수 있는 스터디룸을 빨리 확보해야한다. 나는 처음 몇 주 간 노량진의 온갖 학원들과 유료 스터디룸을 배회했고 심지어 시연을 해볼 장소가 없어서 그냥 집에 돌아간 경험도 있다. 한동안 우왕좌왕하다가 학교 측의 배려로 배정받은 강의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쓸 수 있었고 교수님들로부터 조언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3차를 준비하기에는 학교가 가장 최적의 장소라고 본다. 또한 2차 때와 마찬가지로 3차 때도 교수님들이 시연을 보시고 피드백을 주셨으며 매주 문제도 주셨다. 나는 3차 대비 수업에는 참석 못하고 마지막 모의고사 때만 교수님들을 뵈었는데 요긴한 조언들을 많이 받아 갈 수 있었다.(머리 스타일에 대한 조언까지 얻었다!)
이렇게 같이 할 사람과 장소를 확보하고 나면 무조건 많이 해봐야한다. 처음 시작 할 때 나는 목소리도 덜덜 떨리고 얼굴도 빨개지며 시선처리도 안되고 판서는 신경 쓸 수 도 없는 상태였다.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서 집에 가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나와 같은 분 들이 있다면 일단 단계별로 끊어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단계를 쪼개서 처음부터 2분까지를 해보고 그 다음에는 다시 처음부터 5분까지를 해보는 식으로 조금씩 늘려서 지도안에 썼던 내용을 하다보면 그 지도안을 가지고 10분 정도 막히지 않고 진행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여러 유형과 문제를 해보려는 것보다 내가 공들여서 쓴 지도안 하나를 가지고 여러 번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든 이후부터는 최대한 많이 지도안을 쓰고 많이 시연을 해보려고 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를 하나씩 사서 시간을 재 놓고 지도안을 썼다. 그 다음에 스터디원과 함께 지도안을 돌려보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각 기능별 전체적인 수업의 포맷과 각 기능별로 내가 쓸 방법과 활동들도 서너 개의 목록으로 정리했다. 또 교사용지도서에 보면 각 파트별 학습목표라든지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으므로, 구할 수 있으면 교사용지도서도 유용할 것이다. 그렇게 스터디원들과 함께 지도안에 대한 얘기를 끝낸 다음에는 시연을 무한 반복을 해야 한다. 이때 시간을 엄격하게 재놓고 하는 것이 실전에서의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한 번 쓴 지도안을 가지고 최소 3번은 해보는 것을 추천하는데, 계속 하다보면 집에 갈 즈음에는 그 지도안을 가지고 능숙하게 시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차의 다른 평가영역은 면접이다. 면접도 최대한 많은 문제를 해봐야한다. 그러면서 2차처럼 키워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여러 개의 질문에 끼워 맞춰서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학생 혹은 학부모나 관리자와의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인지를 묻는 문제가 나오면 첫 번째 대답은 일단 잘 듣고 상대를 이해하거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가는 편이 안정적이고, private 혹은 regular 상담을 하는 것은 왕따 문제, 게임 중독 문제, 수업이나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학생의 문제 등 광범위하게 적용가능하다. 이렇게 적용 범위가 넓은 답안 몇 개를 마련해두면 실제 시험에서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또 하나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스터디원들과 예상 문제를 만들어 같이 풀어보는 것이다. 나는 스터디에서 하루에 2회분 정도를 했기 때문에 8문제 정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노량진의 모든 강사들의 문제를 할 수 있었고, 면접용으로 나온 책의 문제도 다 훑을 수 있었다. 할 문제가 모자라는 듯해서 하루에 두 문제씩 만들어 오기로 했는데, 그 과정에서 교육현안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실제 시험에서도 한 문제는 내가 만들었던 문제의 답안과 같은 답안을 써서 답할 수 있었다.
3차를 준비하면서 생활은 더욱 단순해졌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스터디원과 함께 교과서의 한 부분을 정하고 지도안을 쓴 다음 돌려 읽으며 피드백을 주었다. 그 다음에 면접을 한 세트 하고 피드백 및 아이디어 공유를 한 다음 다시 한 번 해보고 같은 방식으로 또 한 세트를 했고 점심을 먹었다. 그 다음은 오전에 쓴 지도안을 바탕으로 시연, 피드백, 수정 후 다시 시연을 집에 가기 전까지 반복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준비를 했다는 것에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 3차 시험 날이 다가오면 옷은 어떻게 입고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정답은 없겠지만 깔끔하게 하면 된다고 본다. 단정한 정장과 구두, 깔끔한 머리면 된다. 3차 시험은 정말 한 겨울에 치러지므로 고사장까지는 부츠나 운동화를 신고가고 실제 시연을 할 때만 구두를 신기를 추천한다. 또 첫째 날은 도시락을 싸야하는데 평소 늘 먹던 것들로 탈나지 않게 준비해가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이번처럼 준비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문제가 출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처음 보는 형식이면 남들도 처음 보는 것이니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문제에서 요구하는 대로 지도안을 쓰고, 시연 때는 채점관들과 eye contact을 유지하면서 틀려도 자신 있게 틀린다는 마음을 먹고 해야 한다. 그리고 둘째 날은 면접만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첫째 날보다 시간이 빨리 가고 오전이면 끝이 난다. 이제 합격여부는 내 손을 떠났고 나를 억누르던 시간도 끝이 났다.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몇 주간의 시간이 생길 텐데, 괜히 까페의 글을 읽거나 다른 사람들과 시험얘기를 하면 불안해지기만 하므로 그냥 눈과 귀를 닫고 무위도식해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긴 여정이 끝이 났으니 이제 좀 다 놓고 쉬어야하지 않겠는가.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하지 말아야할 것 중 하나인 자아탐구에 나는 많은 시간을 소비했었다. 이 길이 과연 내 길인지, 지금이라도 다른 곳에 취직준비를 해야 하는지, 기간제는 어떨까, 합격을 할 수 있긴 한 건가 등등 끝도 없고 답도 없는 의심과 걱정이었다. 만약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예비 선생님들이 있다면, 가야할 것은 가지만 다른 한 편 와야 할 것은 또 반드시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고민해야할 것은 붙을 수 있나 없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빨리 붙을 것이냐 라고 본다. 자신의 가능성을 굳게 믿고 달리다보면 꼭 합격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그리고 처음 시작 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내가 노량진 생활에서 얻어 나간 것이 또 있다. 고생 끝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발을 들였으니 웬만큼 힘든 것은 다 버텨내리라는 의지가 생긴 것이다. 우울하고 암울하고 축축한 임용 준비시절도 견뎠는데 학교생활쯤이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기리라는 다짐을 하며, 나의 임용생활을 상기시켜주는 오답노트와 서브노트등 손때가 많이 탄 책들은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 우중충한 노량진에서의 생활이지만 높게 뛰기 위해 웅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모두들 Don't stop believ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