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학번 임용합격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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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험생으로서 나
 
2006년 대학교 입학
2009년 휴학 후 미국 인턴교사 생활
20103월 복학, (5월 교생) 6월 졸업
20109-10월 노량진 수험생 생활
 
저는 2006년도에 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1, 2, 3학년을 별 탈 없이 보낸 후, 대부분의 대학생들과 같이 일상에서 벗어 나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공부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휴학을 하고 외국에 가서까지 대학 캠퍼스에서 책을 읽으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경험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은 미국에서의 인턴교사 생활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교사로 평생을 지낼 거라면 다른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일단 구글에서 미국 학교 중 외국인 교사를 채용했던 적이 있던 학교를 검색한 후, 각 학교 교장선생님들에게 무작정 저를 소개하는 간단한 이력서와 함께 채용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런 막무가내 방식으로 시작했는데도 운이 좋았는지 총 2개 학교에서 채용의사가 있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려면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에 겁도 없이 두 개 학교 중 한국인이 거의 없는 지역의 학교로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렇게 한 해 동안 미국 학교에서의 교사로 지내고 돌아온 후 20101학기에 복학을 하고 5월에 교생도 다녀오고 여름에 졸업을 했습니다. 한 학기 일찍 졸업한 덕분에 학교 시험 부담 없이 임용 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와서 3월에 복학하고 조금 지나 임용고사 공부를 시작했고, 여름에는 한 재단에서 미국에 장학생으로 갈 기회가 생겨 두 달은 그 곳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9월에 돌아와 노량진에 학원 등록을 하여 1차 시험 전까지 2달 동안 학원을 다닌 후, 1차 시험을 본 이후부터는 2차 대비 인터넷 강의와 스터디를 병행했습니다. 3차는 아무런 강의를 듣지 않고 독학과 스터디만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학교 생활과 수험생 생활을 보냈습니다.
 
2. 어려웠던 점들과 극복방법
 
임용고사를 공부하는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마인드 컨트롤이었습니다. 반드시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사범대학에 입학한 것도 아니었고, 임용고사에 합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교사로서의 삶이 조금은 지루하고 안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엔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단지 사범대생이니까공부를 시작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20103월부터 임용 공부를 시작했는데, 6월에 졸업을 한 후 미국에서 대학원 시험도 보고 청강도 하고, 미국에서의 교사 생활도 괜찮을 듯 싶어 미국교사자격증 시험도 보았습니다. 이렇게 임용고사 공부 기간 동안 다른 공부를 병행하다보니 부모님께서 걱정도 하시고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여름에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임고생들과 그룹스터디를 할 수 없었던 것과,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인터넷 강의만 듣다보니 여기저기서 입으로 전달되는 임용고사에 관련된 팁과 정보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것이 가장 힘든 점이었습니다. 외국에 있어서 그런지 동영상강의가 말썽을 피울 때에도 시차 때문에 전화문의를 할 수가 없어서 짜증이 났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런 걱정과 스트레스 때문에 어떤 때에는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공부가 안 되거나 일주일 내내 슬럼프에 빠져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도저히 공부가 하기 싫을 때에는 나가 놀기도 했습니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겪는 슬럼프이니 걱정하지 말고 공부 할 준비가 됐을 때 공부를 하자는 생각으로 항상 최상위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대신 공부가 잘 되는 날에는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책상에 앉아있었고, 외국에 있으니 여행도 좀 더 하고 싶었지만 공부 외의 요소에는 최대한 관심을 끄려 했습니다. 도저히 도서관에 있기 싫어서 정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에는 영시 책을 가지고 작가 생가에 가서 나름의 공부를 했습니다. 오히려 공부 외의 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기보다는 공부에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면 다음엔 더 상쾌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울면서 3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웃으면서 1시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은 시험에 합격하고 난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었습니다. 합격자 조회버튼을 클릭하면 나타나는 <최종합격을 축하합니다.> 문구를 상상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공부할 힘도 났습니다.
 
3. 가장 도움이 된 것들
 
수험생활에서 저를 지탱해 주었던 가장 중요한 힘은 이와 같은 긍정적인 마인드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합격할 거라는 자만심은 아니었지만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걱정은 의식적으로라도 피하려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만 해도 부족한데 쓸 데 없는 걱정까지 할 시간은 더더욱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해야 할 공부였기 때문에 최대한 즐겁게 하려 노력했습니다. 수험생인 저를 열심히 응원해 주었던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졸업 후 미국에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제가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믿고 흔쾌히 허락해 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에 타지에서도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이 가끔 노량진에 와서 같이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나면 기분 전환도 되고 좋았습니다. 이런 가족들과 친구들 덕분에 힘들고 외로울 뻔 했던 수험생활을 큰 무리 없이 보낼 수 있었습니다.
 
4. 임용고사 준비방법
 
저는 2월에 인턴교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에 정신없이 2-3월을 보내고 거의 4월이 다 되어서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보통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다는 1-2월을 아무것도 안하고 보냈다는 생각에 매우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달 후인 5월에는 교생을 나가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은 거의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선배들의 말에도 크게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임용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린 그 날에 부리나케 인터넷 강의를 등록하고, 비가 오는데 엄마 차를 타고 서점에 가서 책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다면 추진력과 집중력에서는 뒤처지지 말자는 생각에 90일정도 분량의 강의를 예습, 복습 포함하여 한 달 안에 다 끝냈던 적도 있었습니다.
교육학 공부는 무조건 반복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교육학은 양이 워낙 방대해서 저도 시작 전부터 겁을 먹었지만, 계속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외워지고 좋아하는 영역도 생깁니다. 가끔 교육학이 잡학문이라며 폄하될 때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여러 가지 학문을 조금씩 배울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정을 공부하다 지겨우면 생활지도와 상담, 또 하다 지겨우면 교육통계를 보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교육학은 각 학문 간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며칠간 한 영역과 씨름하다가 다른 영역을 보면 반가운(?) 생각이 들어 교육학 전반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덜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신 각종 법, 교육행정, 교육사 영역은 양도 많고 제가 취약한 부분이라 매일같이 조금씩 보았습니다. 정 보기 싫은 날에는 집에서 부모님께 말로 설명하는 방식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매일 집고 넘어 갔습니다.
3-6월에는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7-8월에는 한국에 없었기 때문에 계속 인터넷으로 교육학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엔 한 시간의 공강이 있어도 학교 컴퓨터실에 가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는데, 조금 지나면 시작할 때보다 의지가 약해져서 쳐졌던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방대한 교육학은 스터디를 하면 도움이 많이 되지만 저는 학원 강의를 듣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임용고사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이 없어서 모든 영역을 혼자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었습니다. 무조건 공부는 혼자 하는 성격이거나 충실히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면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보통 교육학의 경우는 범위를 나누어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그룹스터디를 추천합니다. 저도 9-10월엔 학원 직강을 등록하여 교육학 스터디를 짧게나마 했는데 시험 막바지 총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교육학은 시험에서 가장 비중이 높아 수험생들이 가장 신경 쓰는 과목이지만 막상 출제되는 경향을 보면 가장 간단한 영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학부 때 영어교육학을 공부했던 사범대 졸업생이라면 기본 영어교육학 개념만으로 한 두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렵지 않게 풀릴 수도 있습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나오는 모의고사 중 생전 처음 듣는 영어교육학 개념이 나오면 일단은 무시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공부하면서 어려운 영어교육학 내용을 볼 때마다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고 질문하려고 학원 강사 분들도 많이 쫓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쓸 데 없는 걱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교육학에서 신 이론이 나올 확률은 매우 낮고, 출제된다고 하더라도 일반영어 풀듯이 해결할 수 있는 한 문항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저처럼 영어교육학에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PLLT, TBP, PELT 등을 많이 보는데, 저는 시간이 없어 영어교육학 부분에서는 학부 때 공부한 것을 제외하고 임용고사 공부의 목적으로 원서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영어학은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었습니다. 사실 시작할 때에는 보통 영어 임용 공부하는 분들처럼 통사론(Syntax)에서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내내 통사론 책만 파고들기도 했고 보는 영어문장마다 머릿속에서 structure tree를 그려볼 정도로 온통 머릿속에 통사론만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영어교육학 신 이론을 며칠간 붙잡고 공부했었던 것은 후회하지만 통사론을 열심히 공부한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사론은 한 번만 제대로 공부해 놓으면 비슷한 규칙을 계속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사 모르는 규칙이 나오더라도 통사론을 충분히 공부했다면 영어 문장 구조에 대한 감이 생기기 때문에 객관식이라는 시험 유형의 성격 상 답을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통사론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몇 문제 반드시 출제되니 다른 영역보다 이 영역을 가장 먼저 마스터 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영어학 중 통사론 다음으로 큰 비중을 두고 공부했던 영역은 음성학(Phonology)이었습니다. 학부 때 남들은 싫어해도 나는 좋아했던 특이한 과목 중 하나여서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9월에 처음으로 노량진 학원에 가서 실전처럼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시간을 가장 요구하는 것이 음성학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혼자 공부를 할 때는 여러 개념과 규칙을 달달 외우지 않아도 영어 감으로 대충 답을 고르면 맞았는데, 학원에 와서 주어진 시간에 모의고사 50문제를 직접 풀어보니 그런 식으로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음성학은 조음장소와 조음방법을 숙지하고, 여러 가지 강세규칙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막상 시간 내에 빨리 적용하여 풀려면 실수하기 가장 쉬운 것이 음성학이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강세와 억양, 발음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원어민들도 지나치게 이론화되어 있어서 한 번에 잘 풀지 못하는 음성학 문제들이므로, 일반적인 언어감각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개념을 완벽히 암기하여 약간은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형태론(Morphology)과 의미론(Semantics)은 크게 신경 써서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Introduction to Language 혹은 Linguistics for Non-Linguists같은 아주 기본적인 원서에 수록된 정도만 공부 했습니다. 사실 이 두 영역에는 딱히 흥미가 없어서 쉽게 나온다는 말만 믿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최소한의 부분만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남들 다 맞을 때 나만 틀릴 수 있으니 필수적인 기본 개념은 정리 해 두어야 합니다. 통사론이나 음성학처럼 공부할 양도 많지 않아 형태론과 의미론은 대부분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영문학은 개인적으로 가장 공부하기 싫었던 전공 파트였습니다. 영문학 작품 읽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작품 분석을 하려니 좋아했던 시와 소설도 지겹게 느껴질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3월에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대별로 사조와 주요 작가를 쭉 외웠는데, 기출분석과 출제경향을 보니 전혀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문학은 제 마음대로 일반영어 하위영역에 집어넣고 영어 독해 문제처럼 풀었습니다. 이렇게 영문학 공부를 독해 공부 하는 것처럼 하니 공부해야 할 전공파트가 총 4(영어교육학, 영어학, 영문학, 일반영어)에서 3개로 준 것 같아 심리적으로 부담감도 덜어지고 일반영어 실력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잡하게 써진 고대 혹은 중세 시대의 영문학 작품을 읽다가 깔끔한 현대영어의 일반영어 지문을 보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처럼 문학작품 분석하기를 싫어하신다면 영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작품 몇 개 읽는다고 생각하시고, 객관식 답을 찾아야 될 땐 일반영어 문제 풀듯이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문학작품은 긴장하지 않고 부담 없이 편하게 읽어야 정확한 독해와 비약 없는 감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일반영어는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 외에 다른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운 단어집을 사서 하루에 몇 십 개씩 단어를 외우기도 했는데, 단어를 몰라서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별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전체 글의 구조를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 무조건 많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학원 강사들이 낸 모의고사 문제 중에서 다른 영역 문제가 별로라고 생각 되어 풀지 않을 때에도 일반영어 지문은 문제의 질이 어떻든 무조건 모두 풀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많이 읽으니 글의 전체 주제와 구조를 파악하는 읽기 실력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혹시라도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앞뒤 문맥으로 대강 짐작만 하고 사전도 찾아보지 않고 그냥 지나간 적이 더 많았습니다. 단어를 반드시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한 문제 정도 출제될 수 있지만, 어려울지 쉬울지 모르는 그 한 문제를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실제 시험에서는 아는 단어가 나와 운이 좋게 맞힐 수 있었고, 지금도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독해 방법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일반영어 지문을 읽을 때에도 역시 영문학을 볼 때처럼 문제를 풀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억지로라도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영어를 엄청 잘 하는 사람인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실제로도 기출이나 학원 모의고사에 나오는 영어지문을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일반영어 공부가 그다지 지루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사실 영어교육학이나 영어학은 학문이라 약간 딱딱할 수 있고 영문학은 실무에 필요한 영어와는 거리가 다소 멀지만, 일반영어의 경우는 우리가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실용적인 영어에 가까우므로 꾸준히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에세이 준비는 1차 시험을 보기 전에는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늦게 시작했다는 불안감에 1차 준비조차도 완벽하게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1차에 필요한 개념을 다 이해 한다면 2차에서 글로 풀어 쓰는 것에 반 이상 대비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서를 읽을 때 좋은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문장을 통째로 수첩에 적어 놓는 정도로 2차 준비를 대신했습니다. 본격적인 2차 준비는 1차 시험이 끝난 10월 말에 시작했습니다. 1차 시험이 끝난 후 너무 좋아서 조금 쉬다가 바로 2차 대비 인터넷 강의를 등록했습니다. 사실 직강을 듣는 것이 시간 내에 쓰는 연습을 하는 등에 더 도움이 되지만, 저는 1차 끝나고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아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혼자 논술 공부를 하다 보니 실전처럼 시간을 맞춰 놓고 글을 쓰게 하는 동기부여 대상이 없었습니다. 남들 준비하는 것 들어보면 며칠 만에 펜 몇 개씩을 쓴다고 하는데 저만 집에 앉아서 동영상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날짜 2주 전에 스터디를 구해 함께 공부를 했습니다. 스터디원은 저를 포함하여 세 명이었고 일주일에 세 번 노량진 학원 자습실에서 만나 실전과 같이 4시간 내에 4-5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후 서로의 답지를 복사해서 검토해 본 후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사실 저도 수험생일 때 합격 수기를 읽으면 이러한 2차 스터디 방식이 정말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였는데, 막상 해보면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서로의 글을 읽을 때에는 문장의 문법성이나 문체보다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찾아내서 답안을 썼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시간이 2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문법과 같은 세세한 요소에 신경 쓰기보다는 채점자들이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과 구조의 글이 되었는가에 집중해야 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2차 에세이 시험은 영어로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 내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유리합니다. 사실 저도 1차가 끝나기 전에는 2차는 한 문제도 써보지 않아 부끄럽지만, 1차 준비하면서도 나름대로 2차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던지라 영어를 가능한 한 많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교육학, 영어학 등의 중요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할 때에는 영어로만 썼습니다. 덕분에 1차가 끝난 후 이렇게 정리된 노트로 공부를 하면 주요 개념과 정의들을 가장 알맞은 영어단어와 영어표현으로 깔끔하게 써내려 갈 수 있었습니다. 1차 공부를 하기 위한 노트가 2차 대비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을 보면, 이렇게 영어로 노트를 정리해놓는 습관이 1차와 2차를 한꺼번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 절약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2차 대비는 각 과목별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문학과 일반영어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영어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연습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영어교육학 역시 1차 때처럼 주요 이론을 정리하거나 4가지 언어기능의 교수법을 공부하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에서 1차보다 더욱 어렵거나 심오한 이론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았으므로, 내가 아는 선에서 출제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의 영어교육학 이론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문장으로 표현하려면 간결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스터디원들로부터 제 글이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았습니다. 그래서 키워드와 요점만 간단히 제시하는 글을 쓰는 법을 집중해서 연습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했던 2차 영어교육학 공부는 영어교육학 공부라기보다는 일반적인 writing 공부에 더 가까웠습니다.
2차 공부를 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영어학이었습니다. 1차 때는 가장 자신 있었던 과목이었지만 2차에서 출제될 확률이 가장 높은 School Grammar는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터라 불안했습니다. 더군다나 영어교육학과 일반영어 파트는 자세히 모르더라도 뭐든 써내려 갈 수 있지만 영어학은 정확히 알고 있지 않으면 손도 못 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장 걱정이 많이 되는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2차 공부를 시작하며 Teacher's Grammar of English 원서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었습니다. 영어로 글쓰기 연습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 같은데 School Grammar 공부를 하려니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1차를 마치고 흐트러져 있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같이 계속 글만 쓰면 쳐질 때도 있는데 가끔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내용을 배우니 흥미가 생겼고, 전에는 두루뭉실하게 알고 있던 School Grammar의 내용이 머릿속에 깔끔히 정리 되는 느낌이 들어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원서로 공부를 하니 영어학 파트 답변을 작성할 때에는 이 책에 나온 문체와 표현을 이용하여 글을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3차는 아무런 강의를 듣지 않고 독학과 스터디만 했습니다. 3차는 제가 가장 자신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1년간 미국에서 영어로 수업을 했던 경험 덕분에 수업시연에 필요한 classroom English와 면접 모두 자신감 있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나 실전에서 모두 그 학교에서 내 수업을 좋아해주었던 학생들이 앞에 앉아있다고 생각하고 하면 긴장도 풀렸습니다. 대신 영어로 말하는 감이 떨어질까봐 매일매일 스터디원들과 만나 영어로 이야기하고 시연과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1, 2차 준비에 비하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에 상대적으로 심리적인 부담감이 덜 해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3차 공부였습니다.
 
5.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특별할 것 없는 저의 수험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겉으로 볼 땐 생각 없이 노는 것 같아도 맘속의 우선순위는 항상 임용고사 준비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공부하다 쉬는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딴 짓을 하더라도 가끔은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신문 기사 한 두 개 정도는 읽고 놀았습니다. 기사가 읽고 싶어서 읽었다기보다는 나중에 놀 때도 공부했다라는 핑계를 나 자신에게 둘러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컴퓨터로 전혀 쓸 데 없는 것들만 보고 나면 나중에 자꾸 후회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공부에 방해 되는 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에 미국에서 공부하다 가끔 쉴 때에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룸메이트에게 음성학에 나오는 여러 가지 발음과 억양 좀 해 보라며 귀찮게 굴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가끔 친구들을 만났을 때에는 하다못해 나름 흥미로운 교육학 이론을 주제로 잡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물론 룸메이트와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이런 것들이 시험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보다는 수험생으로서 항상 조금은 긴장되어 있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틀에 박힌 말이지만 충실한 학교 공부입니다. 제가 2차 공부에 남보다 다소 소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학부 때 했던 공부 덕분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비단 영어작문 강의 뿐 아니라 여러 전공과목에서 영어 에세이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데, 그 때마다 저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었습니다. 대학 다니는 내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영어 글쓰기 실력이 쌓이다보니 2차 논술 준비할 때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육학 역시 학부 때 재미있게 공부했던 과목과 그렇지 않은 과목을 공부할 때에 느끼는 나의 심리적 부담감은 차이가 큽니다. 저는 교육의 기초, 교육사회학, 교육심리학, 교육과정학 등을 학교 다닐 때 재밌게 공부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고, 교육사 같은 경우는 대부분 쉽게 공부하는 영역이지만 저는 학부 때 소홀히 했기 때문에 생소하고 어려웠습니다. 가끔은 임용고사와의 관련성이 적다고 생각해서 학원 강의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느껴지는 학교 공부이지만, 막상 임용고사를 준비하면서 보면 학교에서 배운 이론은 반갑기도 하고 조금 했던 공부라도 크게 느껴집니다. 또한 학원에서는 많은 영역을 단기간에 다루어야 해서 학문의 맛만 보여주지만, 학교에서 학원 강사보다 더 전문가이신 교수님들은 깊이 있게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더욱 도움이 됩니다. 학원에서는 발등에 불 떨어진 수험생들을 위해 무조건적인 주입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학교에서는 자기가 직접 연구하거나 보고서를 쓰고 발표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어떤 이론이든 제대로 이해하려면 학교 공부가 더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 신분이 되기 전에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성격 상 대학 4년 내내 공부만 하고 임용고사를 준비했으면 억울해서 공부도 제대로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1년이나마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학생이 아닌 다른 신분으로 맘껏 살아보았기 때문에 임용고사 공부하는 동안 몸이 근질근질하다거나 딴 생각 든다거나 하지 않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했던 경험은 시험 준비에 간접적인 도움도 되었습니다. 영문학 수필 공부를 할 때에는 Thoreau의 오두막이 있는 Walden Pond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고, 영시 공부를 할 때에는 Emily Dickinson, Ralph Waldo Emerson의 생가와 박물관을 방문했던 때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골치 아픈 영어학 공부를 할 때에는 MIT의 멋진 캠퍼스에서 Chomsky의 수업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부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가끔 너무 지칠 때에는 큰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금은 교사가 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같이 일하는 학교 선생님들이 애기선생님’, ‘병아리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십니다. 새내기 교사라 재미있는 것도 있고 힘든 점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동료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좋아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되고 싶은 교사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교사입니다. 3월 한 달 동안 담임교사, 또 영어교사로 지내본 지금으로서는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친구처럼 다가가려 하다가도 가끔은 너무 가벼운 선생님이 되는 것 같아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항상 찡그린 표정에 엄격하기만한 선생님이 되는 것은 더 싫어 어떻게 중간점을 찾아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아직까지는 새내기 교사이니 조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 배우고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 공부하시는 후배님들도 교단에 서서 열심히 가르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상하시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험 준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